소문이 돌던 애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친분이 있는 사이가 아니었기에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땐 그저 아, 그렇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소문은 이랬었다. 얼굴 반반하게 생긴 것 때문인지 싸가지가 없다, 존나 도도해 보인다, 분명히 세상에서 지가 제일 잘난 줄 알 것이다, 말 걸기도 어렵게 생겼다, 차가워 보인다 등등 정말 전형적인 얘기들이었다. 처음...
(첨부된 음악과 같이 읽어주세요) 신호가 거의 끝나감을 알리는 경고음이 들린다. 그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멍하니 초점없는 시선을 도로에 그어진 흰줄에 두고 인도의 끝에 그대로 서 있었다. 정신을 차리려 고개를 두어번 좌우로 흔들고 신호등을 쳐다보자 7초, 6초, 5초..점점 시간이 짧아진다. 아, 다음을 기다려야겠네. 들고 선 우산 위로 토독 거리며 떨어...
벌써 아침인가. 새벽까지 노트북을 붙잡고 잘 풀리지 않는 과제와 싸웠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어떻게 침대에 누웠는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며칠동안 과제에 매달려 있었고 덕분에 몰골은 참담했다. 볼에 살짝 닿는 촉촉한 느낌과 정신없이 자느라 흐트러진 내 앞머리를 쓸어넘기는 조심스러운 손길, 그리고 이불밖으로 빠져나온 반팔만 입은 ...
YW _ 초등학교, 그러니까 3학년 새학기 첫 날 이후로 나에게 이렇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준 아이들이 없었다. 딱히 사람을 내치거나 다가오는 것을 꺼려하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어쩐지 아무도 내게 스스럼없이 다가 오지 않았고 나 역시 부끄러움이 많은 성격상 친구들에게 먼저 거리낌없이 다가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1학년, 2학년을 가까운 친구 하나 없이 보낸 후 ...
내 웃음소리가 잦아 들자 다시 고요만이 남았다. 내가 웃음을 멈추고 주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시선을 얼추 맞출 때까지 양예밍은 아무 말이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의 눈은 이렇게나 솔직하다.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어떤 말을 찾아야할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그의 속이 투명하게 보인다. 복잡했던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나왔는데 양예밍에게 잡히면서 오히려 더 ...
덜커덩. “아..!” 서서히 뒤로 밀리는 몸때문에 등을 결국 화장실 칸막이에 부딪히고 말았다. 쾅, 하는 소리와 얇디 얇은 합판이 울리는 진동에 우리 둘은 정신이 들었고 나는 작게 한숨 후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괜찮아? 왜 이렇게 웃어? 혹시 머리라도 부딪혔어?” 내가 미친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자 양예밍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렀다. 나의 일상도, 인생도 다른 이들과 다를 것 없이 느리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기 무섭게 그 장소와 생활에 익숙해졌고 매일같이 반복되던 일상은 정신차려 보니 어느 덧 마지막을 향하고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한 햇살이 내리 쬐는 초여름에 우리는 졸업을 했다. 전학을 온 이후로 늘 함께 몰려 다녔던 무리들과도...
“내일 나머지 짐들 다 도착할거야. 그러니까 저쪽 방 오늘 정리 다 해야..야!” 결국엔 소리 지르게 만든다, 꼭. 찡그린 얼굴로 큰 소리를 내며 쳐다봐도 뭐가 좋은지 그저 웃기만 하는 애를 보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다. 잘 한 결정일까, 정말로? 너무 성급하게 결정한 건 아니었을까? 허리에 손을 얹고 입을 앙다문 채 짐짓 진지한 얼굴로 쳐다보아도...
Holy hands, they make me a sinner. Shut your mouth and run me like a river. Choke this love till the veins start to shiver. 손 안에 짤랑거리는 소리를 내며 담겨진 팔찌 하나. 이것이 내 손안에서 밤마다 굴려진지 나흘째. 낮게 조정된 침대옆 스탠드 불빛만 아른거...
"잘 할거라 믿고 있었지만 이렇게나 뛰어날 줄은 몰랐구나."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늘 조용하고 삼엄함만 감돌던 집안이었는데 그 날은 어째서인지 중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기분 좋은 듯한 아버지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기분 좋으신 일이 있겠거니, 어쩌다 한번씩은 이런 날도 있겠지, 정도로 생각했다. 여느 날과 다르...
성적 묘사가 있으니 불편하신 분들은 알아서 피해주세요. 따로 성인글로 구분 짓지 않았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드디어 간단한 점심을 먹을 시간이 났다.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부터 야오왕의 이복형을 만나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 그를 만나는 건 예밍에게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사무실에 근무하고 있는 무리들을 보는 순...
분노와 원망과 짜증이 가득담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야오왕의 시선을 받아내는 것이 마음 편한일은 아니었다. 가는 야오왕의 허리를 위아래로 쓸어내리며 생각에 잠긴 듯 했다. 그렇게 오래도록 아무 말없이 쳐다보는 동안 야오왕은 분노에 찬 눈을 풀지 않고 그대로 노려보았다. 한참을 그렇게 아무말 없이 야오왕을 올려다보고 있던 예밍은 허리를 쓸어내리던 손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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