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빠르다,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빠르다. 새해가 시작된 게 엊그제라고 하기엔 조금 거짓말같고 한달정도 된 것 같은데 어느 새 신학기를 시작하는 3월이라니. 남들의 새해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2021년은 혼란과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강박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늘도 그런 혼란스러운 날들의 하루였고 게다가 월...
일상을 기록하려면 블로그를 생성하는 게 맞겠지만 포스타입도 겨우 운영하는 와중에 또 다른 플랫폼을 열고 싶지 않아서 두서없는 일상기록을 여기에 가끔 올려보기로 했다. 오늘은 누군가에겐 아주 특별하고 로맨틱한 날인 발렌타인 데이이지만 지난 7년간 (연애하던 시절도 포함해서) 오늘은 그저 평소보다 바쁘고 정신없고, 그리고 무엇보다 피곤한 업무의 날이었다. 그리...
흐음, 옅은 숨을 뱉으며 눈을 떴을 땐 작은 방에 햇살이 길게 들어오고 있는 오후였다. 손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한 탓에 야오왕은 눈만 뜬 채로 한동안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후 세시쯤 되었으려나, 하는 생각을 하며 방안으로 길게 뻗은 햇살을 따라 시선을 옮겼고 그 빛의 끝에 시선이 닿았을 때 즈음 이불속에서 손만 빼내어 방바닥에 널부러진 핸드...
동이 트기 직전 어슴푸레한 새벽의 색, 그의 세상은 어둡고도 불분명한 색으로 가득차 있었다. 저 멀리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태양으로 인해 불현듯 희망적인 것 같지만 여전히 사방은 칠흙같이 어두워 조금 멀리 뻗은 손가락의 형태마저도 흐릿하게 보이는 그 시간의 색. 아침이든, 낮이든, 저녁이든, 아니면 또 칠흙같이 어두워지는 밤이든 상관없었다. 그냥 눈을 ...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끝나자마자 야오왕의 몸은 넘어질 듯이 안으로 당겨지고 둘은 마치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마냥 입술을 부딪혔겠지. 처음인데, 분명히 이건 처음인데 어째서인지 익숙한 것처럼, 몇번이나 해본 것처럼 모든 것이 자연스러웠을 것 같다. 둘은 상대방의 눈을 바라볼 여유조차 없다는 듯이 굴었겠지. 엉킨 혀는 한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는 것마냥...
지금도 가끔 생각하곤 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 그 나이, 그 순간들을. 꽤나 오래전 얘기인데도 그 기억들을 떠올릴 때면 마치 어제 일어난 일처럼 생생한데 그 순간들이 너에겐 어떻게 기억되어 있을까 조금 궁금하기도 하지만 묻지는 않을래. 반친구와 다툰 바람에 씩씩거리면서 어린 얼굴을 잔뜩 구기고 집문을 쾅 닫으며 들어오던 그 날이 너를 처음 본 날이...
- 음..싫어. - 뭐? - 싫다고. 내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거지? 내가 진짜 잘 들은 것이 맞나? 싫다고? 왜? 아니 싫다면서 허리에 둘러진 이 팔은 왜 안풀어? 그리고 이제까지, 수년동안의 그 애정공세와 달아서 녹아 없어질 것 같던 말들은 다 뭐였어? - 왜 싫어? - 그냥. - 그냥이 어딨어. 내가 사귀어 준다고! 사귀자니...
갑자기 헉, 하는 소리가 들리고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눈 한 쪽을 겨우 떴다. 갑작스럽게 눈을 떴더니 골머리가 지잉 울리는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은데 일단 무슨 일인지 파악을 해야 했기에 나머지 눈도 마저 떠 시야를 확보했다. "..뭐 해. 왜 그래." "진이. 진이 유치원 보내야 돼." 내가 잘 못 들은 줄 알았다. 눈을 뜨자마자 ...
띵동, 오늘은 내가 이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며칠 전 저녁을 같이 먹고 난 후에 갑작스럽게 야오왕은 나에게 주말에 자기랑 같이 놀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나는 딱히 그 제안을 거절할 핑곗거리도 없었고 사실 그에 대해서 조금 더 알고 싶었기에 잠시 생각하는 척 한 후 그러자고 승낙을 했다. 다만 이렇게 집에서 시간을 보내자고 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왜...
"주문하신 키즈 안심 스테이크 하나, 안심 스테이크가 올라간 크림 파스타 하나, 그리고 케이준 치킨 샐러드 나왔습니다. 어떻게 놔드릴까요?" 수요일 저녁 시간임에도 꽤나 시끌벅적한 내부였다. 식당의 취지에 맞게 억지웃음일지라도 한껏 웃으며 가져온 음식들을 테이블 중에 조심히 내려놓는 알바생이었다. 이 평일 저녁시간에 내가 왜 외식을, 그것도 패밀리 레스토랑...
모처럼 주말근무 없는 토요일이라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뒹굴고 싶었다. 하지만 다섯살짜리 조카는 나를 너무 좋아했고 브리프만 입고 뒹굴고 있던 나를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그것도 아침 10시도 되기 전에 누나의 손을 잡고서. 아침 일찍부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짜증을 내며 인터폰 화면으로 누구인가를 먼저 확인했다가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아랫도리를...
야오왕과 친해지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기회는 없었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애에 대해서 아는 것이 너무 없었다. 아는 것이라곤 같은 과, 같은 학번의 동기라는 것 뿐.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이렇다 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일단 보이는 순간 그대로 직진하기로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전공수업이 두어개는 겹치게 되어 있다. 그렇게 그 사건이 있고 난 후 다음 강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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